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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합본호 (30만 부 기념 한정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2, 3》을 한 권으로 묶은 특별합본호.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블랙과 금박 콘셉트를 살려 디자인하였다. ‘김 부장 이야기’ 시리즈는 대한민국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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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0대 중반정도의 이야기다.
결혼하고 4년간 전셋집을 전전했다.
그땐 돈도 없었거니와 부동산이 곧 떨어진다는 얘기도 많았던 시기다.
몇년 전세 살다보니 집값이 매년 상승도 별로 없고 급하지 않아서 계속 전세를 살았다.
큰 아이를 낳고 와이프가 복직을 해야해서 처갓집 근처로 이사를 갔다.
중구 태평동 쌍용예가아파트였다.
재건축 단지인데 신축이고 34평이라 매우 만족하며 살았었다.
그 당시 집주인은 70살도 넘으셨는데 시골에 사셔서 전세관련 법 같은건 잘 모르는 분이었고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 재건축되기 전부터 살던 원주민인데 분양을 받았어요. 지금은 아들이 서울나가있어서 당분간 들어올 일도 없으니, 오래살아요. 허허"
매우 자부심을 느끼던 분이었다.
안심하고 2년을 넘게 살고 자연스레 전세가 갱신되었다.
그런데 며칠 뒤.
"아니, 미안한데. 우리 아들이 갑작스럽게 대전에 내려오게 되어서 집을 좀 비워줘야겠어."
-아니, 미리 말씀을 해주셔야지 준비를 하죠. 오래살게 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아이 저희도 몰라요. 전세는 2년 지나면 자동으로 계약되는거 모르세요? 자동 갱신되었잖아요.
"아. 그래요. 그래도 아들이 내려오니 정리 좀 해줘요."
-안돼요. 부동산에 알아보세요.
뭘 잘 모르고 연세도 있으신 분이라 아마 착각하신 것 같았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린 불안감에 휩싸였다.
거주의 안정성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깨달았다.
그때부터 우린 이사갈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엔 아이가 어려 처갓집에서 멀지 않은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알아보던 중 와이프의 워너비 아파트인 대전 중구 문화동의 센트럴파크 아파트에 꽂혔다.
매 주말마다 거의 1달동안 거기까지 걸어가서 아파트를 구경했다.
올 때 마다 와이프는 점점 확신을 가졌다.
우리가 도저히 살 수 없는 고급아파트 생각해서 당연히 선택지에는 해당되지 않았었는데...
나는 와이프에게 말했다.
"너무 무리해서 사는거 아냐? 3억짜리 집에 1.7억이나 대출을 내는게 너무 무리잖아.?
-그 정도면 그래도 몇년만 꾸준히 갚으면 그렇게 무리는 아냐. 집이 너무 맘에 들어. 여기 꼭 사야겠어.
내 우려에도 와이프는 구매를 강행했고 나는 결국 동의했다.
돌아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원도심이지만 동구 중구를 합쳐 가장 살기 좋은 입지였다.
백화점도 있고, 대형마트도, 대학병원도 2개나 있었고 지하철역세권이기도 했다.
그래서그 아파트 산다고 하면 오오- 이러며 시선을 달리보긴 했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도 자연스럽게 집 얘기도 했다.
뭐. 좀 민망하긴 했다.
지금 돌아보면 다른 아파트들과 큰 차이도 아니었지만 그 시절엔 그랬었다.
결과적으로 3-4년 뒤엔 샀던 가격보다 1억 이상 상승했다.
문제는 그 당시 부서장이 서구 월평동 누리아파트에 살았다.
자기 집에 대한 자부심이 있던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 주변에선 그 아파트가 제일 좋았고 나름 서구가 대전에서 가장 비싼 구였기 때문이다.
역세권, 도서관, 대전중심 서구라는 장점이 있어 구축임에도 가격대가 꽤 나갔다.
어쩌다 집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사는 곳을 말했고 그냥 넘어갔는데 부동산 상승기가 시작되자 그는 나에게 말했다.
"야, 니네 아파트가 서구도 아니고 중구인데 왜 그리 비싸냐?"
-그... 그러게요, 요새 갑자기 그렇게 오르더라구요.
그의 그 떨떠름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 부서장의 아파트와 우리 아파트는 큰 차이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엔 우리아파트가 더 빠르게 올라 그 집가격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나보다 10살정도는 더 많았는데 자산가격을 추월당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로는 그 사람과 아파트 얘긴 피하려고 노력했다.
엄청 불편했다.
벌써 한 6-7년 지나 이젠 잘 기억도 흐릿하지만 어떤 책을 보며 그가 생각났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다.
김부장은 자기는 부장이고, 나름 서울 자가에 살며 그랜저 새차를 뽑아서 나 정도면 훌륭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나이도 한참 어리고 아반떼 타는 부서원이 제법 비싼 아파트에 살며 집도 한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대목이 우연히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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