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후준비 재테크

국민연금 13% 인상, 정말 너무 올리는 걸까?


국민연금 13% 인상, 정말 너무 올리는 걸까?

요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자는 논의가 나오면서 “너무 많이 걷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이 정도 인상은 오히려 정상화에 가깝다는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OECD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의무 연금보험료율(노동자+사용자 합산)은 약 18% 수준입니다. 독일의 경우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법정 연금보험료율이 18.6%로, 근로자와 기업이 각각 9.3%씩 부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OECD 평균(약 18%)보다 5%포인트 이상 낮습니다. “13%”라는 숫자만 보면 커 보이지만, 국제 비교로 보면 아직도 보수적인 수준인 셈입니다.

급여 수준(소득대체율)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국민연금이 약속하는 향후 이론상 노후소득대체율은 평균 임금 근로자 기준 약 31% 수준으로, OECD 평균 51%에 한참 못 미칩니다. 즉, 우리는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구조에 가까우며, 이번 인상 논의도 “연금만 받아서 노후를 안정적으로 사는” 수준에 근접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 작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쯤에서 짚어보는 국민연금 vs 공무원연금, 정말 ‘차별’일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비교하면서 “공무원만 특혜를 본다, 국민연금은 손해 보는 구조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제도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릅니다.

2009년 개정을 거치면서 공무원연금은 수익비(얼마를 내고, 생애 전체로 얼마나 받는지의 비율)를 국민연금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설계가 바뀌었습니다. 그 이후 신규 공무원들은 국민연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유사한 규칙에 따라 급여를 받는 구조입니다. 다시 말해, “같이 내고 같이 받는” 방향으로 이미 정렬이 상당 부분 이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납입기간입니다. 공무원은 보통 사회 초년기부터 정년까지 장기간 일정하게 보험료를 납입합니다. 반면 많은 국민연금 가입자는 경력 공백, 자영업 전환, 뒤늦은 가입 등으로 납입 기간이 짧고, 그만큼 수급액도 작아집니다. 평균은퇴기간은 49세입니다. 60세와 비슷해야할까요?

복리의 기본 원리를 아는 분이라면, 투자·적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최종 수령액이 커진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연금도 마찬가지로, “얼마나 오래 꾸준히 냈느냐”가 핵심입니다.

 


공무원연금만큼 수령하려면: 개인연금, 연금저축, IRP

공무원연금은 “같은 기간·같은 금액을 냈는데 더 받는 특혜 연금”이 아니라, “더 오래·더 꾸준히 납입해서 더 많이 받는 연금”에 가깝습니다. 국민연금도 성인이 되자마자 임의가입 등을 통해 납입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면, 공무원연금에 근접한 수급 수준을 만드는 것이 원리상 가능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 전 소득의 상당 부분을 메워주는” 수준까지 가기 어렵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한국의 이론상 소득대체율은 OECD 평균보다 낮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민연금을 “기본 베이스”로 삼고, 그 위에 개인연금과 세제혜택 계좌(연금저축, IRP)를 쌓아 올리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연금저축·IRP를 활용하면 소득공제·세액공제 같은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도, 국민연금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울 수 있습니다.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는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이 여러 갈래로 들어오기 때문에 소득원이 분산되고, 심리적으로도 훨씬 든든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10만 원이 장기간 적립과 운용을 거치면, 은퇴 시점에는 20만~30만 원 수준의 월 연금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수익률과 기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핵심은 “지금의 작은 불편과 절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한 규모의 현금흐름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월급의 일부를 미리 떼놓고 나머지로 생활하는 만큼 돈은 불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소 찌질해보여도 그게 노후를 위한 길입니다. 처음엔 다소 불편할지라도 습관되면 편해집니다. 반대로 말하면, 오늘의 편리함과 소비의 즐거움을 최대로 당겨 쓰는 만큼, 미래의 기대 수령액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이고요.


“그러다 일찍 죽으면?” vs “그러다 안 죽고 오래 살면?”

연금이나 노후자금을 이야기하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다 일찍 죽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많이 모으느냐?”라는 말입니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그러다 안 죽고,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살면?”

어느 쪽 리스크가 더 큰지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합니다. 일찍 사망했을 때의 ‘남겨진 자산 리스크’보다,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면서 소득 없이 지출만 계속되는 ‘장수 리스크’가 훨씬 파괴력이 큽니다. 실제로 국제기구와 통계기관들이 발표하는 자료들을 보면, 선진국들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났고, 한국 역시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기대수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데이터로 증명된 평균수명”에 베팅하는 쪽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연금 인상 논의의 본질은 “국가가 강제로 많이 뺏어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장수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안전망을 얼마나 두껍게 깔아두느냐”의 문제입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13% 인상은, 그 안전망을 조금이라도 더 현실적인 수준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반응형